언론보도방송

게시판 글보기
제목 아이 사타구니 살피세요
보도일 2009.01.26
내용
결혼 4년차를 맞는 주부 김가영(32)씨의 말이다. 주부들이 보통 시어머니, 시동생 등에 들어가 있는 ‘시’짜만 떠올려도 치를 떤다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김 씨도 지난해 추석 전까지는 시댁에 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싫었단다. 하지만 지난 추석 김 씨의 생각을 180도 바꿔놓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김 씨의 아들(준호)은 2살 박이였는데 가끔씩 사타구니 쪽에서 뭔가가 불룩 튀어나오곤 했단다. 하지만 손으로 누르면 다시 들어가 대수롭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간호사인 시누이가 우연히 준호의 모습을 봤고 탈장이 의심된다며 진료를 권했다. 연휴 뒤 병원을 찾은 김씨는 “조금만 늦었어도 장의 일부를 잘라내야 했을 겁니다”라는 진단 결과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이때부터 김 씨는 시누이를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고 산다.

탈장은 뱃속 내장을 싸고 있는 근육(복벽)에 구멍이 생겨 그 틈으로 장기가 밀려 나오는 증상을 말한다. 그런데 탈장은 별 통증이 없고 손으로 밀어 넣으면 자연스럽게 제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탈장을 방치하면 각종 합병증을 유발하고 심하면 장기의 일부를 절단해야 한다. 특히 무서운 것은 소아탈장인데 제때에 치료하지 않으면 고환이나 난소 기능에 문제를 일으켜 불임을 초래할 수 있다.

대장항문 전문 기쁨병원 강윤식 원장은 “뱃속을 이탈한 장은 고환으로 가는 혈관들을 반복 차단하기 때문에 고환 주위 온도가 올라간다. 정자는 인체보다 낮은 온도에서 생성되는데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탈장 치료는 수술로 이뤄지는데 비교적 쉽고 후유증도 거의 없다. 영아의 탈장수술 시기에 대해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생후 50일만 지나면 언제든 괜찮다.

강 원장은 “소아탈장 치료에 있어 중요한 것은 치료 시기다”라면서 “아이가 울 때 유심히 살펴보고 의심이 되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남아는 고환 부위, 여아는 사타구니 부위가 부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부모가 발견할 확률이 높긴 하지만 김 씨의 경우처럼 잘 몰라서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며 "특히 명절에는 아이들이 낯선 환경 탓에 많이 울게 되는데 탈장은 울 때 가장 많이 생긴다.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아탈장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예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정상신생의 5%, 미숙아의 10% 정도에서 탈장이 일어나는데 고환이 있는 남아가 70%를 차지할 정도로 여자보다 훨씬 많다.

[진광길 매경헬스 기자]